필리핀 사람들은 친절하다. 잘 웃고 농담을 즐길 줄 알며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한다. 당장은 가난해서 끼니를 걱정할지언정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러한 성격의 배경은 열대지방 특유의 느긋함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곡식과 과일이 자라기 좋은 천혜의 환경은 그들에게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룰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우리나라의 현실처럼 쌀을 재배하려면 피와 땀을 흘려야 하는 환경이 아니므로 이들은 그런 여유를 오랜 시간동안 누려왔다. 여기에 380년간의 스페인 식민지를 통해 자리 잡은 카톨릭 또한 이런 낙천적인 성격에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모든 것을 신의 뜻으로 돌리며 남을 원망하지 않는 생활종교가 또한 낙천적인 성격의 근본 배경이다. 국민 대다수가 한 종교를 믿는다는 것은 국민성을 이루는 중요한 원천이 된다. 이러한 낙천적인 성격은 때론 게으름으로, 때론 친절함으로 드러나며 국민들의 모습을 찾아보는 기본적인 바탕이 되고 있다. 사회 전반의 사람들 모습에서 이러한 국민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TV를 보면 이들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을 통해 어렵지 않게 이러한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다양한 오락프로그램이 있고 진행자는 항상 즐거운 모습이다. 오락프로그램은 대부분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오락프로그램의 특성상 진행자가 인상을 쓰거나 슬픈 표정으로 방송을 진행할 수는 없는 일, 그거야 다른 나라도 다 마찬가지일 것이니 조금 더 세밀하게 TV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점이 있다.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CF, 즉 TV 속 상업광고다.
TV에서 광고하는 제품들은 다른 나라와 별 차이 없이 다양하다. 그런데 그 표현 방식이 전반적으로 유머와 웃음에 근거하고 있다. 어느 제품의 TV광고를 보더라도 모든 컨셉이 코믹하게 설정되어 있다. 조금 더 우아하게 나와도 좋을 것 같은 제품도, 조금 더 분위기를 화려하게 만들어도 될 것 같은 제품도 여지없이 코믹하게 처리해버린다. 왜? 그렇지 않으면 주목을 끌지 못하니까. 아니 주목을 끌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이상한 제품으로, 이상한 광고로 취급을 받으니까.
물론 여기에는 선뜻 주장하기 힘든 속사정도 있다. 정부의 우민화 정책도 한몫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민들에게 신세 한탄을 할 기회를 주지 않는 불순한 의도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천성적인 성격이 밝기에 가능할 것이다.
TV 광고에서 보듯 필리핀 사람들의 성격을 가장 대표할 수 있는 것은 웃음이다. 그만큼 웃음이 많다. 웃음이 많은 것은 미래를 낙관적으로 본다는 것이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그러니 이 경우는 ‘낙관‘이라기보다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낙천‘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듯싶다.
이러한 성격을 바탕으로 필리핀 사람들은 노는 문화라면 빠지지 않는다. 노래와 춤, 파티, 축제는 필리핀 사람들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단어들이다.
가끔 보도를 통해서 발표되는 행복지수라는 게 있다. 행복지수라는 것이 조사기관의 신뢰성도 확신할 수 없고 조사기관 마다 결과가 많이 다르긴 하지만, 언제나 상위 랭킹에서 이름이 빠지지 않는 나라가 있으니 그곳이 바로 바로 필리핀이다. 100여 개의 나라의 순위가 지나고 나서야 우리나라가 등장하는 걸 보면 이들의 낙천적 성격은 대단하다. 비록 경제전망은 어둡고 정치권은 부패해도 국민만큼은 행복하다. 필리핀 사람을 말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특징이다. 내일 당장 커다란 불행이 닥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을 가장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사람들, 바로 필리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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