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31일 수요일

유머를 좋아하는 필리핀 사람들 - 앙헬레스 황제투어, 필맨스토리

세계 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어느 나라가 가장 좋으냐고 묻는다면 상당한 우문이 될 것이다. 사람마다 가치의 기준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니 단지 먼저 방문했다는 이유로 그 나라를 평가해달라는 부탁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리석은 질문이다. 하지만 좋은 여행지를 따질 때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들이 있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치안이 가장 중요할 테고, 위생이나 의료시설 등도 방문지를 결정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요소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겠지만 매우 중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 사회 전반의 분위기 또는 국민들의 성향이 유머를 유머로 받아들이는가, 또는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부분이다. 유머가 통하지 않는 사회, 이것처럼 여행에 있어 또는 살아가는 데 있어 재미없는 곳은 없다. 자신이 비록 유머 감각이 뛰어나지 않아도, 자신이 비록 유머를 즐기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유쾌하다는 것은 우리와 정서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외국을 방문할 때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필리핀은 유머가 통하는 나라다. 이것이 필리핀을 방문하는 목적이 될 수는 없겠지만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에서는 공공기관은 물론 대형 백화점, 커다란 술집에 입장할 때에는 입구에 집총한 채 서있는 가드(청원경찰)들로부터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 한다. 업소마다 입구에 서있는 이들을 보면 이 나라의 치안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겠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큰 사건은 없고 단지 이들도 하나의 직업으로서 자신의 일에 충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물론 필리핀 전반의 치안은 좋은 편이 아니다.
백화점이든 호텔이든 이들이 몸수색하고 나서 들어가도 좋다는 사인이 나온 뒤 엉뚱하게 ‘이번엔 내 차례’라며 직접 이들이 했던 똑같은 방법으로 이들을 몸수색 하는 시늉을 해보라. 대부분, 거의 대부분 가드들이 유쾌하게 받아주고 즐거워한다. 세계의 많은 나라 중에 이런 상황에서 이런 엉뚱한 행동을 이들처럼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나라는 드물다. 이런 성격은 나중에 친절과 배려의 근본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또 다시 필리핀을 찾게 하는 원동력이 되곤 한다. 흔히 유머라는 것이 경제적 욕구가 충족되어야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나라 필리핀은 이런 고정관념을 순식간에 없애 버린다.
유머를 유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나라가 여행하기도 좋고 살기에도 좋다. 그런 면에서 필리핀은 관광지로서 일단 좋은 점수를 얻고 시작하고 있다.

다음의 두 사례는 얼핏 유머와 아무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상당히 민감하게 관련이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 뉴스에도 많이 소개되었던 이들의 엉뚱한, 그러나 당사자들에게는 매우 심각했던 사건 두 가지를 소개한다.
2003년,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군부에 의한 쿠데타움직임이 포착됐다. 글로리아 아로요 당시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묻고자 장교 300여 명이 정부군과 대치했다. 이 상황은 즉시 긴급 뉴스로 타전되어 세계에 알려졌다. 당연히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돌고 심각해야 할 상황이겠지만 실제로 현지에서의 반응은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일단 엉뚱한 사실은 쿠데타를 기도한 군인들이 자리 잡은 곳은 시내의 한 유명 백화점이었다는 점. 대부분 정권찬탈을 위해 기도되는 것이 쿠데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백화점에 자리 잡고 정부군과 대치하는 것은 상식적인 상황은 아니다.
결국 정부군과 대치했던 300여 명의 장교들은 하루를 채 넘기지 못한, 19시간 만에 쿠데타를 중지했고, 관심 있게 보도했던 세계의 언론들도 싱겁게 끝난 쿠데타 결과에 민망했던지 보도마저도 흐지부지 얼버무리고 말았다. 재밌는 사실은 이들의 목적이 정권찬탈을 위한 무력 행동이 아니라 정치를 이렇게 해달라는 ‘충심’을 표현했다는 점이다. 더 기가 막히는 건 분명 근무지를 이탈하고 군법을 어긴 행동을 했음에도 조사 뒤에 모두 자신이 소속된 부대로 복귀했다고 한다. 참 황당하지 않은가? 필리핀이 아니라면 도저히 어디에서도 생길 수 없는 쿠데타였다. 물론 이 사건의 배경에는 실제로 정치적 전복을 꾀하는 세력이 있어 장교들을 조종했다는 소문도 있다. 


속사정이야 어떠하든 법의 잣대로도 이해할 수 없고 상식의 잣대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는 곳이 필리핀이다. 이런 해프닝성 쿠데타가 일어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이후 2006년 2월에도 이와 비슷한 쿠데타가 있어, 이에 참여한 장교 14명(14명이 참여한 쿠데타라는 것도 왠지 낯간지럽다.)이 조사를 받고 귀대한 적이 있다. 현지에서 들리는 말로는 이들에게 취해진 구형은 푸쉬업(팔굽혀펴기) 50회였다는 소문도 있다. 알면 알수록 더 이해하기 힘들어지는 대목이다. 비슷한 사건이 또 있다.
2007년 3월.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 시청 앞에 한 유치원 버스 안에 수류탄으로 무장한 인질범들이 유치원생들을 인질로 경찰과 대치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유치원생들을 상대로 한 인질극이라면 상황이 긴박해야 함이 당연한데, 어찌된 인질극인지 버스 속의 인질인 유치원 어린이들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인형을 가지고 놀거나 심지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어린이도 있었으니 인질극치고는 분위기가 위급하진 않았다.

마닐라의 대표적인 빈민가인 톤도 지역의 한 어린이집 원장인 준 두캇은 이른 아침 어린이 32명, 교사 2명과 함께 버스에 올랐다. 아이들과 교사들은 야외 소풍을 가는 줄 알았지만 버스가 도착한 곳은 마닐라 시청 앞이었다.
원장은 버스 앞 유리창에 ‘우리는 자동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하고 어린이와 교사를 인질로 잡고 있다’는 글귀를 내걸었다. 인질범으로 둔갑한 원장은 마이크로 일장 연설을 했다. “유치원의 아이들에게 무상 교육과 무료 거주지를 제공하라. 정치인은 바뀌어도 우린 여전히 가난하다. 이제 부패를 청산해야 한다….”
물론 원장의 약속대로 아이들은 무사했다. 버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부모들이 “밥은 먹었느냐”고 소리치자 빈 밥그릇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인질 어린이의 부모들은 불안해하면서도 준 두캇 원장이 그동안 사재를 털어 어린이집을 무료로 운영한 데 대해서는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어 오후 7시. 필리핀 정부가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하자 10시간의 인질극은 막을 내렸다. 아이들이 버스에서 내려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자 두캇 원장은 조용히 걸어 나와 사과한 뒤 수갑을 차고 경찰차에 올랐다. 멀리 떨어져 인질극을 지켜보던 수천 명의 시민들은 인질범의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인질극의 주인공인 두캇 원장은 가구제조업을 하면서 실제로 많은 빈민 어린이들의 교육을 위해 노력한 빈민운동가이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 언론에도 ‘박수 받은 인질극’이란 제목으로 크게 보도되었다. 

위의 두 사건은 흔히 볼 수 없는 사건이다. 쿠데타와 인질극, 듣기만 해도 긴장감이 돌고 위기감이 팽배해야 하는 상황인데 실제론 전혀 달랐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 바로 필리핀이다. 나름대로 진지한 의미와 의도를 가지고 있는 이런 행동에서 유머를 유머로 받아들이는 국민성과 결부시키기에는 설득력이 다소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가지고 있는 낙천적인 국민성과 이들이 알고 있는 웃음의 진정한 의미를 고려한다면 이 두 사건은 이들의 성격을 다른 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외신을 통해 들려오는 해외의 엉뚱한 사건들은 그 나라의 상황과 국민들의 성격을 알 수 있게 한다. 남미의 콜롬비아에서는 은행강도가 은행을 털기 위해 금고가 있는 건물 외벽에 바주카포를 발사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사실만으로도 황당한데 그 건물이 은행이 아니라 옆 건물이었다는 사실이다. 더 황당한 건 은행강도단이 철수하고 다음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넘어갔다니 정말 이 나라의 사정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콜롬비아에 비하면 필리핀의 상당히 평화적이고 한수 더 세련되지 않은가?

필리핀 사람들의 성격은 이성적이라기보다는 감성적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에 냉정함을 잃는 경우가 많다. 매우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나 대통령 선거가 그렇다. 정책과 인물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출마자가 가진 이미지에 따라 표심이 움직인다. 남편이 피살된 야당 지도자여서 그 부인이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하고, 어떤 대통령은 영화배우 출신이어서 인지도가 높다는 이유로, 어떤 대통령은 예쁘게 생겼다는 이유가 투표를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현재 많은 상, 하원의원 중에는 코미디언 출신이 많다. 코미디 프로그램이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이유다. 이미지에 더 많은 의미를 두는 필리핀 사람들의 성격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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